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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냥 안고 가야할 상처들이 있다

크리스찬북뉴스 | 2018.09.21 15:14


1. 얼마 전 의도치 않게 들여온 새끼냥이를 집에 들였는데, 처음에 들여올 때는 과연 며칠이라도 살 수 있을까 하는 불안감도 있었지만 이젠 제법 건강해져 고기 한 근(ㅋㅋㅋ) 무게에 육박하게 되었고 분유도 떼어서 아직은 물에 불린 사료를 먹기까지 한다.

 

문제는 통제가 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야행성이라 무엇보다 밤에 자신의 영역을 계속 확장시켜나갈 뿐더러 이빨과 발톱도 꽤 길어져 툭하면 긁고 물어댄다. 특히나 밤에 잠들려 누우면 손과 발을 핥을뿐더러냥이를 길러본 사람이라면 그 혀가 개와는 달리 무척 까끌까끌하다는 것을 알리라이빨로 물고 발톱으로 할퀸다. 오래전 햄스터를 기를 때 우리를 열고 탈출한 햄스터가 자고 있는데 발가락을 물어 잠결에 기겁을 했던 충격이 있다그것을 몇 시간을 한다. 새끼냥이라 더더욱 통제는 불가능하다. 자고 있을 때는 좀 나은 편이지만 온 방안을 휘젓고 다니는 녀석을 제어하려다 사진처럼 상처 입는 것은 다반사다. 어제 상처는 꽤 큰 편이다. 하지만 삶의 영역 속에 들여 놓은 이상 어쩔 수 없을 것이다

 

누군가의 관계는 기쁨도 주지만 크고 작은 상처를 대부분 수반하곤 한다. 그 상처는 깊게 패여 지울 수 없는 흔적과 아픔을 남기기도 한다. 어떤 때는 정리하고픈 이들도 있다. 하지만 그 상처와 아픔, 흔적이 제법 크더라도 그것을 넘어서는 기쁨과 행복과 위로를 우리에게 주는 관계가 있다. 내게 계속 해만 주는 관계라면 청산하고 정리해야 할 수도 있겠지만 그것이 아니라면 그 관계는 비록 상처가 있고 아픔이 있다 할지라도 감수하며 지켜나가야 할 것이다. 그런데 우리는 그런 고려 없이 아픔과 상흔만을 보고서, 지키고 같이 하여야 할 이들마저 포기하거나 버리는 이들이 있다. 결국 그런 결별이 더 큰 상처와 공허를 나눌 것을 나중에야 깨닫는다.

 

2. 새끼 냥이는 일찌감치 어미와의 결별을 하게 되었기에 기르는 우리가 어미역할을 수행해야 했다. 적당하게 분유를 타서 몇 시간에 한 번씩 젖병에 넣어 온도를 맞추어 주고 아직 제대로 배변을 하지 못하는 냥이의 배변훈련을 위해 배를 마사지 해주고 항문을 자극해 제대로 배변하도록 가르쳐야 한다어미가 새끼의 항문을 핥는 이유도 아마도 새끼냥이의 배변활동을 돕기 위해서인 듯하다. 그리고 용변 후 그것을 모래로 덮도록 훈련시켜야 한다. 글만 읽으면 무척 까다롭고 힘든 일 같기도 하지만 의외로 고양이는 쉽게 배우고 적응한다. 문제는 그 다음이다. 앞서 말했던 것처럼 새끼냥이는 통제가 되지 않는다. 강아지만 하더라도 나름 통제하고 훈련이 어느 정도 가능하지만, 새끼냥이는 그런 작업들이 거의 불가능하다. 그래서 할큄을 당하고 무는 것을 어느 정도는 그냥 감수해야 한다.

 

그런데 사람들도 그런 경우들이 있다. 좋은 사람이고 내가 사랑하는 이들이지만 아무리 이야기하고 충고해도 바뀌지 않는 영역을 갖고 있는 이들이 있다. 더구나 그것이 내가 싫어하거나 불편해하고 심지어는 내게 상처를 주는 부분임에도 그런 경우를 본다. 결국 그것이 쌓여 갈등을 유발하고 훨씬 더 내게 이득이 되고 힘이 되는 이임에도 그런 문제가 내게 과도하게 크게 느껴져 그 관계를 정리해버리는 이들이 있다.

 

하지만 관계는 상처를 수반하고 고양이의 거친 혀를 개의 혀로 바꿀 수 없듯이 노력해도 해결이 안 되는 경우도 있다. 문제는 선택이다. 여러 번 충고하면 당연히 바꾸어야 할 것 같은데 그렇지 못한 이들을 그저 그들의 무신경이나 무책임으로만 돌릴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물론 노력하지 않고 나에 대한 배려가 부족한 이들도 있지만 그렇게만 보기에는 그들의 성격과 한계인 경우도 있다. 그리고 그러한 문제가 심각한 죄문제이거나 고치지 않으면 심각한 것이라면 문제는 달라지겠지만, 어느 정도 감싸 안고 저 사람은 그러려니 하고 가야 할 문제들이라면 그래야 할 것이다.

 

난 오늘도 어제와 같은 상처를 오늘도 집에 가서 입을지 모른다. 그리고 몸이 죽을 것 같이 피곤해 잠이 들고 싶은데 나를 괴롭히는 것을 오늘도 감수해야 할지 모른다. 그렇지만 그래도 그냥 안고 가련다.

 

오늘도 나는 내게 상처를 주고 또 실망시키는 이들을 만날 것 같다. 그렇지만 그들을 그냥 포기하지는 않으련다. 특히나 목회자라면 더더욱 그 상처는 필연적이라 느끼고 안고 가야 할 것이다. 내 안에는 드러내지 않은 상처와 상흔이 꽤나 많지만 그냥 살아간다. 그냥 안고 가며 내 영역에 들어온 이들을 바라보련다.


문양호 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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