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17-2017 루터 종교개혁 500주년 만감(萬感)

루터가 부패한 카톨릭 교회의 면죄부 신학을 비판하며 비텐베르그 성당 게시판에 95개조 논제를 걸었던 1517년 10월31일이 내년이면 500주년을 맞이한다. 종교개혁(Reformation) 반천년이 우리 개신교도들에게 의미하는 것은 무엇일까?

루터의 조국 독일은 벌써 몇 해 전부터 루터 종교개혁 500주년 기념사업을 대대적으로 준비하더니 전세계적인 독일방문의 해로 삼으려는 듯 홍보에 열을 올리고 있다고 한다. 종교개혁을 관광 이벤트로 삼아 경제적 이득을 보려는 독일정부와 독일교회의 장삿속이 루터가 그렇게 공박해 마지않던 요한 텟젤과 겹쳐져 마뜩치 않다. 또한 교황 프란시스와 독일 루터란 교회는 내년에 종교개혁 500주년 기념예배를 한자리에 모여 성대히 개최할 예정이란다. 보수파 카톨릭들은 아직도 루터가 마지막 임종자리에 구교의 신부를 불러 종부성사를 요청했다고 믿고 있다는데... 교황이 참여하는 종교개혁 500주년 합동예배는 루터에게 어떻게 비춰질까 만감이 교차한다.

한국 장로교회의 내노라 하는 중진목사들이 유럽으로 원정여행을 가서 루터 종교개혁 500주년 기념세미나를 열었다고 한다. 루터교 목사들도 아니면서 그렇게 성지순례하듯 유럽에서 세미나를 열고 기념행사를 해야 했을까? 어떤 분 말대로 루터에 관한 책 한 권 잘 읽고 독일종교개혁의 역사와 의의를 되새김질 하면 족한 것 아닌가? 물론 개혁자 루터를 존경하는 마음이야 십분 이해하지만 자기들이 속해있는 개혁파 종교개혁 기념일이 언제인지는 알기나 하나? 최소한 루터파와 개혁파의 애증의 역사에 대한 이해도 없이 루터, 루터하며 비행기 값에 관광비만 수억원을 날릴 한국교회(장로교회)를 생각하니 한숨만 나온다.

내가 아는 종교개혁가들 중 그 누구 하나라도 자기들의 이름이 이런 식―관광상품 식으로―오르내리고 종교개혁의 정신이 이런 식―화려한 이벤트 식―으로 소모되기를 원하지 않을 것이다. 이제 종교개혁의 의미를 바로 새겨야 할 때다!

신동수 편집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