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
한 달란트를 감춘 자의 이야기

대중적으로 성공을 거둔 한 목회자가 자신에게 도움을 청하러 온 연약한 목회자의 손에 도움을 쥐여 줘 돌려보낸 후에 나직한 목소리로 이르기를, “확실히 하나님은 ‘있는 자는 받아 풍족하게 하시고 없는 자는 그 있는 것까지 빼앗는다’는 말이 맞는 것 같아요. 확실히.”라고 말하는 소리를 들은 적 있다. 누구에게서 전해 들은 게 아니라 내 귀로 직접 들은 말이다. “있는 자는 받아 풍족하게 되고 없는 자는 그 있는 것까지 빼앗기리라”는 말씀을 가장 구조적으로 구현한 공관복음서 저자는 바로 마태이다. 마태는 특히, 자신의 복음서 후반부에 나오는 달란트 비유에서 이 문제를 심층적으로 다룬다. 이 구조를 마태가 창안했다는 뜻이 아니라 공관복음 도처에 깔려 있는 이 정서를 가장 밀도 있게 다루고 있는 문필가가 바로 마태란 뜻이다.
근대기에 사본학이 발달하면서 가장 축소된 형태의 복음서인 마가복음에 더 큰 권위를 부여하는 경향성이 나타났지만, 마태복음은 명실상부 제1의 복음서라는 위상을 갖는다. 산상수훈이 갖는 위상은 말할 것도 없거니와 완성도를 갖춘 주기도문을 수록한 것도 마태의 복음서이다. 공관복음과 평행하게 써 내려가는 다양한 단화들을 통해 구현하는 마태의 독창성은 바로 이 주기도문으로부터 흘러나온다. 이를테면, 마태는 “우리가 우리에게 죄지은 모든 사람을 용서하오니 우리의 죄도 사하여 주옵시고”라고 수록한 누가와는 달리 “우리가 우리에게 죄지은 자를 사하여 준 것 같이 우리의 빚을 사하여 주시옵고”라 고쳐 썼는데, 이 빚은 이후에 언급될 달란트의 성격을 규정짓는 중요한 기제의 구실을 한다. 지금 이 책에서의 핵심 본문인 25장의 달란트 이야기도 다름 아닌 이 ‘빚’ 아래 놓여 있다.
마태에게 달란트는 누가가 동등한 자본으로 표기한 ‘므나’에 대한 반동으로써, 불균형하게 타고나는 재능을 표기하고자 도입한 단위이다. 누가는 동일하게 수여된 한 므나에서 불어난 변수의 가치를 측량하지만, 마태는 불균형하게 타고난 재능에 대한 배수의 가치를 측량한다. 즉 누가에게 이 종은 심판해야할 종이지만, 마태에게 이 종은 수익을 못 내는 종이다. 다른 말로 하면, 바깥 어두운 데로 내쫓겨 슬피 울며 이를 갈고 있을 수많은 하나님의 종이다.
그 바깥 어두운 데서 느끼는 참담한 수치가 바로 이 책의 출발 지점이다.
대중은 바깥 어두운 데에 관해서는 관심이 없다. 바깥 어두운 데에 처한 교회에는 관심이 없다. 그래서 그 바깥 어두운 데서 일어나는 일을 잘 알지 못한다. 바깥 어두운 데에 처한 목회자가 그 다음에 어떻게 되었는지 알지 못하는 것이다. 더 정확히는 그 바깥 어두운 데서 역사하시는 성령의 일을 전혀 알지 못하는 것이다. 그러나 반면 모든 인간은 수치를 알고 있다. 자신의 어두운 면에서 서식하는 수치에 대해 아주 잘 알고 있다. 심지어 연약한 목회자의 손에 도움을 쥐여 준 그 목회자에게도 은밀한 수치가 있다. 그 수치를 가릴 만한 달란트 곧 재능을 타고 났거나, 혹은 그 수치를 가릴 만한 달란트를 타고나지 못한 차이만 있다. 그런 점에서 한 달란트 감춘 자의 수치는 수치를 외면한 자들의 채무이다. 저자 김정훈 목사는 이 점을 우리에게 폭로한다. 그래서 이 책을 읽은 우리는 수치를 체험하게 된다. 수치를 감추었던 사실에 대한 수치 말이다.
김정훈
계명대학교 물리학과 졸업
총신대 신대원 98회 졸업(M.div)
논문 : 리더십계승의 원리와 방법에 관한 연구: https://www.riss.kr/link?id=T9988955
웨스트민스터신학대학원대학교 성경 주해(Th.m)
그는 교회를 개척하여 큰 성과를 이룬 대형 교회 담임목사도 아니다. 또한 유학과 오랜 학업으로 학위를 가진 교수도 아니다. 그래서 원고를 작성하는 것보다 출판 과정이 더 힘들었다고 말한다. 원고를 의뢰한 모든 출판사에서 거절 받았기 때문이다. 출판을 포기하려할 때, 하나님의 도우심으로 좋은 분들을 만날 수 있었다.
목회의 큰 성과와 학문적 성과는 없지만, 그는 전처의 뇌종양 투병과, 사별, 무임목사, 재혼으로 많은 고난을 겪었다. 그는 부목사로 성경신학을 공부하던, 2011년 4월 뇌종양 투병으로 대소변을 가리지 못하는 아내의 병간호와 어린 두 아들의 양육을 위해 목회와 학업을 내려놓는다. 이후 사별을 하고, 재혼과 교회 개척을 위해 수고하였다. 이 과정에서 되는 일은 없고, 많은 어려움만 겪었다. 고난 중에 소외와 시기와 자기연민 같은 ’감정고난’이 가장 고통스러웠다고 말한다. 상처투성이인 자신과 어린 두 아들의 영혼을 보면서 자기연민에 갇혀 많이 울었다고 말한다.
그러나 그는 고난 속에서 두려움과 수치, 정죄, 자기의(自己義)와 교만을 직면하며, 누구보다 자신이 죄인이라는 깊은 고백을 얻었다고 말한다. 그는 자신의 연구에 관해 온몸으로 고난을 겪으며 자신의 고난과 삶을 성경으로 이해하고 깨닫고자 몸부림친 것이라 말한다. 그 몸부림을 통해서 그는 맡겨진 고난이 구속을 위한 특별한 상급이요, 달란트임을 깨달았다고 말한다.
목차
추천의 글ㆍ5
들어가는 글ㆍ22
저자 서문ㆍ28
약어표ㆍ41
제1부 달란트는 고난이다
제1장. 한 달란트 받은 종이 달란트를 감춘 이유ㆍ46
1. 수치심ㆍ48
2. 정죄ㆍ77
3. 교만ㆍ92
제2장. 달란트(τ?λαντον)는 고난이다ㆍ103
1. 달란트는 재능대로(δ?ναμι?) 나누어 주시는 고난이다ㆍ103
2. 달란트는 고난에 감추어진 천국의 비밀이다(마 13:13, 35)ㆍ119
3. 하나님은 고난을 맡기신다ㆍ125
1) 빼앗기고 쫓겨남이 고난이다
2) 두려움과 수치가 고난이다
3) 감추고 숨는 것이 고난이다
제3장. 고난이 상급이다ㆍ176
1. 주인의 즐거움(χαρ?)에 참여ㆍ176
1) 주인의 즐거움은 죄인의 회개이다
2) 주인의 즐거움은 공동체의 회복이다
3) 주인의 즐거움에 동참하는것은 종의 신분 상승이다
2. “착하고 충성된 종”(δο?λε ?γαθ? κα? πιστ?)ㆍ195
1) 주인과 좋은 관계가 상급이다
2) 상급은 말씀으로 설득되는 것이다
3) 상한 영혼의 치유와 회복이다
3. 상급은 더 많은 고난(대리적 고난)이다ㆍ214
4. 함께 고난받는 공동체가 상급이다ㆍ223
5. 상급은 고난에 감추어진 천국의 비밀을 깨닫는 것이다ㆍ231
제4장. 의인과 악인은 고난(대리적 고난)으로 구분된다ㆍ241
1. 한 달란트 받은 종과 지극히 작은 자의 만남ㆍ241
1) 지극히 작은 자와 ‘동일시’(identification)하는 사람이다
2) 지극히 작은 자의 고난이 나로 인한, 나를 대신한 ‘대리적 고난’임을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2. 의인과 악인은 대리적 고난으로 구별된다ㆍ264
1) 고난을 하나님께서 주신 달란트로 받아야 한다
2) 고난받는 공동체와 함께해야 한다
3) 숨겨진 자신의 죄를 깨닫고 고백해야 한다
4) 타인의 고난을 나를 대신하는, 나로 인한 ‘대리적 고난’으로 여겨야 한다(사 53:4-6)
5) 공감력
제2부 하나´‘의 고통
제5장. 고난에 대한 성경적 이해ㆍ300
1. 고난에 대한 성경적 이해ㆍ302
2. 대리적(대속적) 고난에 관한 연구ㆍ325
1) 구약에서 대리적(대속적) 고난
2) 대리적(대속적) 고난 사상으로의 역사적 전환
3) 신약에서 대리적(대속적) 고난
4) 로마서의 이신칭의와 대리적 고난
5) 대리적(대속적) 고난의 목양적 적용
6) 대리적 고난의 적용
제6장. 밭에 감추인 보화 고난ㆍ590
1) 마태복음 13장 비유에서 ‘밭’(?γρ??)과 ‘감추인 보화’
2) 고난으로 사람의 마음을 좋은 밭으로 만드신다
3) 고난이 기업이다
나가는 글ㆍ625
참고 문헌ㆍ631




